작업자들 유출물질 정보없어 일반작업복에 운동화 신고 방제작업
시민단체, “책임을 물어야 할 기업에 오히려 면죄부 부여한 ‘긴급 대책회의’”
맹 시장, “화학사고 초동대처 미흡해 죄송”

서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18일 발생한 페놀유출 사고에 대해 “화학사고 대비체계에 총체적 부실드러났다”며 대비체계를 구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4일 오전 서산시 브리핑룸에서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충남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18일 페놀유출사고에 대한 방제 등 후속조치 부재를 지적하며 시민안전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최진일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페놀유출사고에 대한 사고대비체계가 준비 되어있지 않은 것이 드러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산시는 대산공단 기업들과만 대책회의를 열고 마치 화학사고에 대한 대비가 모두 완료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시민사회에서 조사했던 것과 문제점을 알리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고민하기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유독물질 유출사고 후 대응과정이 ‘총체적 난국’이었다며 관계당국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유출물질을 신속한 제거에 우선 순위을 두어야 함에도 발생 3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모래를 뿌리는 방제작업을 했다”며 방제조치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인구 유동량이 많은 대로변이었고 피해범위가 넓었음에도 유출지역에 대한 접근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경고표지판 조차도 없었다”며 주민안전 조치 부재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로변에 페놀이 유출되었는데도 영문을 모르고 차문을 열고 사고현장을 지나던 차량들이 역한 페놀냄새에 황급히 문을 닫기도 하고 현장에서 페놀냄새를 흡입한 한 시민은 응급실에 입원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심지어 방제작업자들에게 사고내용과 위험발생요인에 대한 기본적인 고지도 하지 않은채 투입되었다”고 밝히고 “관계당국이 화학사고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음을 드러냈다”며 비난했다.
시민단체는 사고 발생 후 서산시의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고 이튿날 서산시는 대산의 6개 석유화학업체를 불러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뭔가 다부진 각오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라며 “사측은 직원 안전교육, 사고발생시 지자체와 상황공유, 방제메뉴얼 작성 및 방제장비 구축 등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그동안 당연히 했어야 하는 조치들에 불과하며, 오히려 안전교육이나 매뉴얼 준비는 미시행 시 사법기관에 의해 처벌되었어야 하는 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백윤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운영위원은 “서산시는 화학물질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대책을 말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서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이 계획에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원래부터 만들기로 했던 계획을 일정에 따라 그대로 만들겠다는 것은 사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관계당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페놀유출사고는 시간이 지나면 또 적당히 시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란 안일한 인식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사고조사보고서를 신속하게 작성하고 서산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모든 업체는 서산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사고 대응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부실한 대응시스템’이라며 “서산시는 환경부의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대비체계 구축을 위해 매진하라!”, 기업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주민감시단 권한을 확대 보장하라!, 사고발생 시 실질적인 주민고지가 가능토록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라!“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맹정호 서산시장과 페놀이 유출된 지역의 주민들의 모임인 ‘지곡환경지킴이단’과의 면담자리에서 맹 시장은 “화학사고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서 맹시장이 “주민설명회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에 대해 “이장과 지역협의회장 등 일부 사람들만 모여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하고 전 주민이 모인자리에서 설명회를 개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관계기관과 기업들이 순간만 지나면 조용하겠지’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고파악과 함께 재발방지의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며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