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랬슈’라는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를 충남문화재단이 전통예술 브랜드로 승화시켜 올해로 4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랬슈 콘서트’. 필자는 지난 2018년 10월 6일 예산군 문예회관에서 열린 ‘2018 Great to see you[:그랬슈] 콘서트’에 다녀왔다.
서양 악기 피아노를 전공한 필자가 ‘그랬슈’ 콘서트에서 느낀 의미와 가치, 그 가능성은 색다르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특정 공연이 성공적으로 브랜드화 되려면 예술가, 관객, 후원,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태풍 소식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보며 든 생각은, 문화예술에 목말라하는 지방 관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행복을 전해주는 소리, 花’, ‘전통, 대중을 만나다’, ‘연희, 신명속에 핀 꽃.’ 이렇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진 이 공연에서 필자가 가장 염려했던 점은 공연장에 가득 찬 관객들이 사실은 오정해라는 ‘유명인’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또한, ‘설위설경’은 사실 무속적 소재인데, 이 소재로 설득력 있는 공연이 가능할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공연 전 대부분의 관객들이 모르고 있었을 소재인 ‘설위설경’을 무용, 음악 그리고 정해남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24호 보유자가 함께 어우러져 펼쳐낸 이 공연은 사실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이번 공연의 총 연출자 김대기와 총 감독 백유영은 ‘유명인의 공연’만 바라고 왔을지 모르는 관객들 앞에서 무속적인 무형문화재를 선보이는 과감한 모험을 진행했고, 몽골, 베트남의 예술가들까지 함께 선보인다는 혁신까지 이루어냈다.
그 도전정신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전통, 대중을 만나다’에서 소리꾼 오정해는 ‘그랬슈’라는 전통예술 브랜드의 의미가 관객의 머릿속에 분명하게 새겨질 수 있도록 전달하는 역할을 해냈다.
본인이 밝혔듯 전남 목포 출신의 그녀가 ‘그랬슈’ 라는 말이 주는 포용, 화합의 이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며 이 콘서트가 충청남도에서 브랜드화 되어 충청남도 관객에게만 선보여질 공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연희, 신명속에 핀 꽃’은 ‘꽃’으로 표현되는 그 제목만큼이나 필자의 마음속에 ‘향기롭게’ 남아있는 공연이다. 더욱이 예산 관객들에게는 동향 출신의 국악인 이광수가 등장하는 공연이라 더 분명한 이야기가 전달되었을 것이다.
‘비나리’에서는 조상들의 소박한 소망 표현을 선보였고 이어 ‘판굿’ 에서도 상모돌리기라는 화려함 속에서도 섬세함이 돋보였다. 보면 볼수록 정이 들고 향기가 더해지는 풀꽃 같은 공연, 그런 공연이 바로 ‘연희, 신명속에 핀 꽃’이었다.
‘그랬슈’ 콘서트는 단어 자체가 주는 정겨운 이미지와 달리, 국악, 현대음악, 춤이총망라되는 다원 문화 예술 공연이다. 총 감독과 총 연출의 역량이 중요함은 거듭 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공연은 관객석에 앉아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녔을 그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하나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3박자가 필요하다.
능력 있는 연출자, 예술가들과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줄 관객, 그리고 공연자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을 해줄 재단과 관의 노력. 이번 공연은 이 3박자가 맞았던 공연이었고 다시금 충남문화재단과 이 공연을 준비한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