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일간 천막농성, 환경운동 큰 자취 남기고 역사 속으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천막을 철거하고 해체식 가져

2018-07-10     임정래 기자

218일 간 서산시청 앞 광장에서 서산 환경운동을 상징하며 의연히 자리를 지키던 서산지킴이단 농성천막이 이제 제 역할을 다하고 환경운동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9일 오후 7시 환경운동을 함께 했던 백지화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천막을 철거하고 해체식을 가졌다.

천막 운영 주체인 서산지킴이단은 천막 해체의 이유를 새로운 시장이 환경개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이를 믿고 천막을 철거한다라고 밝히고 서산시민들에게 환경지킴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다했다218 간의 활동을 자평했다.

시청 앞 농성천막은 서산시가 경제발전을 이유로 공단을 대거 조성하며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심지어 서산이 전 세계적으로도 대기질이 가장 나쁘다는 오명까지 갖게 되는 사태에 이르자 시민들이 모여 충남도, 서산시, 금강유역청 등에 환경유해시설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며 세워지게됐다.

나아가 서산지킴이단과 백지화연대, 산폐장.소각장 반대위 등 시민들이 연합해 확대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시민들의 환경개선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 계기도 마련됐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시청 앞 천막은 2017123일 시민들에게 환경오염시설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천막을 설치해 겨울 추위와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며 서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 과정 중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 난방과 조명을 위한 공동전기사용으로 인하여 서산시로부터 도전죄(盜電罪)로 고소당하면서도 굳굳이 자리를 지키며 산폐장의 위험성과 부당성을 알리는데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또한 추운 겨울날씨에 오스카빌 산업폐기물장 반대위원회 한석화위원장은 천막 옆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지킴이단과 함께 서산 시민들이 함께 아파하며 그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매주 시청에서 산폐장까지 시민들과 함께 걷기행진을 이끌어 내며 남소라 단장은 무릎파열의 병을 얻고 이재로 단원과 백다현 단원은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소식지를 움켜쥐고 대산에서 해미까지 한집 한집 도보로 걸으며 각 집을 방문하며 환경오염시설의 부당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환경소식지를 전달 하였다.

 

특히 환경기원제를 하며 정치불순세력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호응을 보냈고 그로 인하여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 결실로서 산폐장 반대단체들과 함께 금강청으로부터 산폐장 적정통보취소를 이루어 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큰 성과는 시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오염시설의 공적 운영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러한 시설이 사기업의 이익추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시청 앞 광장은 지킴이단 천막으로 인해 시청의 홍보광장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민의의 광장으로 바뀌었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기자회견문

218일 천막 농성을 끝내며

...

뭐라 말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하는 숫자입니다.

희망이 1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그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 결정했고

124일 이곳에 천막을 쳤습니다.

살을 에이는 추위에 단원들은 감기를 달고 살았고 그렇게 꽃피는 봄을 맞이하고

또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내리 쬐는 여름을 겪으며 오늘 이렇게 ‘218이라는 가슴벅찬 날을 맞이했습니다.

흉물스럽다, 당장 철거하라, 때려부수겠다는 시민부터 함께 못해 미안하다, 고생이 심해 어쩌냐며 등을 두드려 주시던 시민까지 우리는 늘 문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렇게 결코 쉽지 않은 천막농성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은 늘 가족처럼 돌봐주신 오스카 반대위 여러분들 덕분이었습니다.

한석화, 박민희 두 위원장님을 비롯한 오스카 반대위분들 여러분들 한분 한분 모두는 동지를 넘어 저희에게 가족같은 존재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연대가 무엇인지 늘 강한 연대로 보여주신 백지화연대, 소각장반대위, 이안비대위 여러분들 여러분들 덕분에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천막은 치는건 쉬우나 철거는 명분이 있어야 하기에 지치고 힘들어도 견뎌야 했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에게 명분을 주신 맹정호 시장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시장님께서 해주신 약속을 믿기에 오늘같은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저희는 또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와 천막을 더 높고 튼튼하게 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천막을 치는 그날부터 철거하는 오늘까지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신 서산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정 깨어 있는 시민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제는 그 응원과 지지를 맹정호 시장님께 보내달라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맹정호 시장님께서 빠른 결단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산폐장 반대에 대한 여러분의 염원을 시장님께 보내주십시요.

 

그리고 한때는 우리와 함께 했던 정진호, 김규리, 백다현, 엄익삼님 당신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분명 우리에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지킴이단 동지들

누구보다 천막 사수에 앞장 서주신 홍순각, 김주호 오빠, 단원들 사이에서 늘 중심을 잡아주신 심기섭, 남기제 오빠,

모든 정보와 서류를 검토 해준 임정래 오빠, 바쁜 일정에도 늘 책임을 다했던 이재로, 임순금 부부,

작은 영수증 하나까지 챙겨 가며 우리의 살림을 맡았던 꼼꼼한 임성빈님, 우리의 보급대를 맡아 주었던 오병남 오빠, 몸빵해 주겠다는 약속을 마지막 날까지 지켜준 막둥이 김희수님,날 선 지적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준 유쾌한 박진님, 우리는 동지애를 넘어 그렇게 가족으로 살았습니다.

서산의 환경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간다 맹세한 우리는 영원한 서산 지킴이단입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됩니다.

우리는 절망이라는 벽을 넘어뜨려 희망의 다리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서산시민 여러분 그리고 여기에 계신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희망의 다리 너머 승리의 문을 통과하는 그날까지

우리와 손잡고 끝까지 함께 갑시다.

201879

서산지킴이단